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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칼럼] 몰리 토고브의 소설 «A장조의 살인»

슈만을 둘러싼 낭만주의 음악세계의 이야기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9/03/22 [11:35]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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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과 관련한 책들은 주로 작곡가의 일대기나 작품에 대한 연구서가 대부분이다. 캐나다 출신 소설가 몰리 토고브의 작품 «A장조의 살인»은 로베르트 슈만 Robert Schumann(이하 슈만)이라는 19세기 낭만주의 작곡가와 그 주변 인물들을 중심으로 실제 있었던 음악 세계를 바탕으로 한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점에서 눈에 띈다. 사실과 허구가 뒤섞여 있어 팩션(팩트+픽션)이라 불리는 장르에 속하는 작품이다.

이 소설에서 사실(팩트)은 이러하다. 한때 최고의 피아니스트가 목표였지만 무리한 손가락 훈련으로 손이 망가져 작곡가의 길로 전향한 슈만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고, 그의 아내 클라라는 남편의 병력으로 아내, 엄마(슈만과 클라라 사이에는 8명의 자녀가 있었다), 거기에 가장의 역할까지 해야 하는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다. 이 두 사람 사이에 젊고 매력적인, 이제 막 음악세계에 뛰어든 브람스라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가 있다.

이런 음악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작가가 만들어낸 허구(픽션)는 슈만, 클라라, 브람스와 그 주변 인물들과의 사이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이다. 사건을 풀어 나가는 헤르만 프라이스 경위와 그와 관련된 사람들도 물론 허구다. 소설 속에는 슈만과 동시대 인물인 리스트라든지, 슈만이 존경하던 베토벤의 악보, 슈만의 집에 있던 피아노,조율사, 조율에 사용하는 소리굽쇠, 음악 비평가, 대립되는 두 악파 등 그 당시 음악세계가 요소요소에 적절하게 들어가 허구 속에서도 실재했던 19세기 음악 이야기가 방금 일어난 일처럼 생생하게 펼쳐진다.

소설의 분위기를 전해 줄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 가단조, 작품번호 54를 소개한다. 한때 슈만의 피아노 선생이기도 했던 클라라의 아버지 프리드리히 비크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에 성공한 후 작곡가로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기에 만들어졌으며, 1846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멘델스존의 지휘로 클라라가 초연을 한 작품이다.

소설 속 클라라를 연상시키는 마르타 아르헤리치Martha Argerich의 연주를 추천한다. 슈만을 가장 좋아했다는 아르헨티나 태생의 피아니스트 아르헤리치가 라디오 캐나다 오케스트라와 연주하는 영상은 음질은 떨어지나 세 딸이 있는 30대 중반 아르헤리치에게서 소설속 클라라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매력적이다. 노년의 아르헤리치가 지휘자 리카르도 샤이 Riccardo Chailly와 함께한 영상은 슈만의 죽음 후 그의 작품들을 연주하고 다니던 클라라의 모습을 상상하며 감상하면 좋다.

※ 유튜브에 martha argerich schumann을 입력하면 두 영상을 찾을 수 있다.
 
취재 조윤수 기자  choyoons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