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보다 나은 아이
유병화 | 중원구 상대원동 엘리베이터를 탔더니 바닥에 음식물 쓰레기에서 나온 국물이 흥건했다. 악취가 너무 심해 옆에 있던 딸아이는 코를 막으며 “에이, 냄새가 장난 아니네”라며 연신 불평을 했다. 결국 우리는 계단으로 걸어서 집에 올라갔다. 집에서 쉬던 중 아파트 경비실에서 연락이 왔다. 택배물건이 당도했으니 찾아가란다. 문득 쌀을 보내셨다는 이틀 전 고향 어머님의 전화가 떠올랐다. 집에서 쓰는 조그만 카트를 끌고 엘리베이터 앞으로 간 순간 잠시 전의 악취가 떠올라 다시 엘리베이터를 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쌀을 가져오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그냥 꾹 참고 타는 수밖에 없었다. 어? 이게 웬일….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래층 초등학교 6학년 지희가 뭔가를 뿌려대고 있었다. 처음에는 다 큰 녀석이 물장난 하는 걸로 착각했다. 그런데 지희가 엘리베이터 여기저기 구석구석에 골고루 살포하는 그것은 악취제거제였다. 순간 ‘지희 네가 엘리베이터에 음식물 쓰레기 국물을 쏟은 게로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악취를 남긴 장본인을 찾았다는 일종의 다행스러움(?)도 생겨났다. “음식 쓰레기 버리다가 봉지가 터졌나보지”라며 잠시 전의 상황을 연상시켰다. 하지만 지희의 답은 그게 아니었다. “네에? 아니에요. 헤헤. 그냥 냄새가 나서 엄마한테 빌려서 가지고 나온 거예요. 아저씨, 이젠 냄새 좀 가셨죠? 에이 향긋하고 좋네. 헤헤” 아이의 말에 의하면 2시간 전쯤 학원에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마침 어떤 아저씨가 들고 탄 음식물 쓰레기 봉지에서 국물이 줄줄 떨어지더라는 것이다. 학원에서 돌아와 엘리베이터를 다시 탔는데 그 국물이 엘리베이터에 그대로 남아 심한 냄새를 풍기고 있기에 집에 있는 걸레로 닦고 냄새 제거제를 뿌리는 중이란다.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나는 냄새가 고약하다며 짜증만 냈지 아이처럼 그런 노력을 할 생각을 왜 못했을까. 그리고 나는 우리집 아이에게 왜 그런 것을 시키거나 가르치지 못했을까. 독자 수필과 추천도서(원고지 5매 내외, A4 1/2장 내외), 사진(성남지역 풍경·사람들 - 200만 화소 이상)을 모집합니다. 2019년 4월 8일(월)까지 보내주세요(주소·연락처 기재). 채택된 작품은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보내실 곳 : <비전성남> 편집실 전화 : 031-729-2076~8 이메일 : sn997@korea.kr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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