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7일 수요일 오후 2시, 제13회 G-mind 정신건강연극제가 정자동 한국잡월드 나래울극장에서 열렸다. 경기도정신건강복지센터 주최, 성남시정신건강복지센터, 수정·중원·분당구 보건소 주관으로 경기도립극단이 제작을 맡았다.
2007년 첫 공연을 시작으로 올해 13회를 맞는 ‘G-mind 정신건강 연극제’는 4월 12일 안산을 출발점으로, 4월 17일 성남을 거쳐 10월 31일 안성 공연을 끝으로 경기도 20개 도시 순회공연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언제든G, 어디서든G, 누구든G, 무엇이든G를 의미하는 경기도 정신건강 브랜드 ‘G-mind’. 이를 내세운 정신건강 연극제는 도민들의 정신건강 함양과 정신질환 편견해소를 위해 청소년 비행, 노인치매, 알코올 중독 등 다양한 주제로 공연을 하고 있다. 올해는 ‘태양을 향해’라는 제목으로 과도한 음주 문제와 그로 인한 가정의 아픔을 이야기한다.
엄마와 단 둘이 사는 은찬이는 십대다. 평범한 십대들이 갖는 고민 외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 은찬이는 아파트 옥상에 자주 올라간다. 왕따 시키고 돈을 뜯는 학우들보다 더 신경 쓰이는 건 매일 혼자 술을 마시는 엄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슬픈 마음과 친구가 되는 것’. 은찬이의 노래처럼 매일 술과 함께 슬픔이라는 친구를 찾는 엄마. 은찬이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엄마의 술잔에 장풍을 쏘고 비오는 날 피뢰침을 들고 옥상에 올라가 번개를 기다리는 것뿐. 번개를 맞는 순간 엄마가 술 마시는 이유인 과거를 되돌릴 수 있는 힘이 생길 거라는 믿음과 함께. 감당하기 힘든 현실의 무게에 황당무계한 믿음을 만들어 버린 은찬이와 술로 삶의 괴로움과 아들에 대한 죄책감을 잊으려는 엄마를 도운 건 다름 아닌 주변의 작은 관심이다. 학교 밖까지 따라 나와 은찬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 혹시라도 하는 마음에 은찬이를 뒤쫓아 옥상을 오르고 고통-술-죄책감-술의 악순환에 빠진 엄마를 이해하고 위로하는 경찰관. ‘서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가치 있게 만들고 삶을 살아갈 힘을 준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연극 ‘태양을 향해’. 태양을 등진 채 어두운 그림자만 쫓던 가족이 마침내 뒤돌아서 태양을 향해 첫걸음을 내딛는 감동을 전한 무대였다.
누구든지 겪을 수 있는 정신적 문제. 그건 불치병이 아니라 작은 이해와 관심으로 벗어날 수 있는 내가 만든 그림자라는 것. 연극이 이끈 결론과 함께 은찬이의 대사가 여운처럼 귓가에 맴돈다. “엄마가 받은 모든 상처, 다 세상이 만든 거야. 그러니까 죄책감 갖지 마.” 제13회 G-mind 정신건강연극제 다음 공연은 5월 13일(금) 오후 2시 의정부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있다. 성남 공연을 놓쳤지만 ‘태양을 향해’를 꼭 보고 싶은 시민은 성남에서 가까운 광주(10월 23일)와 용인(10월 25일, 용인문화재단 마루홀) 공연을 찾아봐도 좋을 듯하다. 취재 조윤수 기자 choyoonsoo@gmail.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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