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시장의 추억, 그리고 사람의 향기
유용학 | 분당구 금곡동 성남 모란시장에 가면 누구나 옛 추억이 떠오른다. “튀밥 튄다~ 아~~ 귀덜 막어, 뻥이요!” 고함소리와 함께 배 이상 커진 강냉이가 ‘대포’에서 쏟아지며 구수한 냄새가 코를 찌르던 시절.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참 대단했다. 생선가게 앞에는 물이 반쯤 찬 함지박에서 가물치가 퍼덕댔고, 순대국밥 집에선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났다. 할머니를 따라나선 시장길에서 금세 만든 어묵꼬치를 먹는 아이, 애호박 서너 개 얹어 주며 가격을 푹 깎아 파는 인상 좋은 아저씨, 덩달아 값싸게 물건을 사는 할머니는 환하게 웃는다. 오랜만에 만나는 장돌뱅이 남자들은 벌써 대폿집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식사할 시간이 없어 누런 알루미늄 도시락에 싸온 꽁보리밥에 깍두기와 함께 찬물에 말아 후루룩 먹으며 끼니를 대신하던 철물점 아저씨. 그런 진풍경 속에서, 어머니 손에 이끌려 골목을 누비느라 발바닥이 부르텄던 기억들. 그래도 아픈 줄 몰랐던 이유는 그 고통의 끝엔 반드시 꿀맛보다 달콤한 ‘국화빵’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묽은 밀가루 반죽에 거칠게 으깬 통단팥이 밤톨만큼들어간 국화빵. 요즘 겨울철에도 그때의 맛을 살린 국화빵이 우리 중년층의 추억을 자극한다. 시장이 만들어내는 이 같은 인정 넘치는 분위기는 화려한 현대식 마켓과는 또 달리 우리의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세월이 흐른다고 해서 그 추억이 완전히 사라지랴? 지금도 나는 생활에 지치거나 맥이 풀리면 모란시장을 일부러 찾는다. 웬걸?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젊고 멀쑥한 도회지 회사원들, 예쁜 정장차림의 현대여성들이 적잖게 장 구경을 하는 게 보인다. 꼭 물건을 살 태세는 아니지만 이 직장인들, 항상 진지하다. 덤이나 에누리를 찾아 쇼핑 온 게 아니라 정감있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그리워서다. 그렇게라도 한숨 돌리고 사무실로 돌아가야 기운이 날 것 같아서다. 가끔 모란시장을 만나 세상 사는 맛을 느껴 보자. *독자 수필과 추천도서(원고지 5매 내외, A4 1/2장 내외), 사진(성남지역 풍경·사람들 - 200만 화소 이상)을 모집합니다. 2019년 5월 7일(화)까지 보내주세요(주소·연락처 기재). 채택된 작품은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보내실 곳 : <비전성남> 편집실 전화 : 031-729-2076~8 이메일 : sn997@korea.kr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