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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빚는 술, 가양주

마음을 음식으로 전통을 소명으로 이어가다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9/04/23 [15:35]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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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통주문화연구소 최덕용 소장     © 비전성남
 
“술을 빚거나 고를 때 어떤 자리인지 어떤 분인지 건강은 어떠한지 곁들이는 음식의 소화까지 생각한다.”
“가양주는 조상을 모시고 손님을 대하는 마음이다. 맑고 향기로운 정신을 갖고 예를 갖춰 빚는다.”
- 한국전통주문화연구소 최덕용 소장
 
조선시대 가전비법(家傳秘法)으로 빚는 그 집안만의 술, 가양주(家釀酒)는 조상을 모시고 손님을 맞는 예(禮)이자 도리였다. 이름난 집안에 맛있는 술이 있다는 ‘명가명주(名家銘酒)’라는 말까지 생겼다.

술맛은 곧 집안의 길흉으로 이어졌다. 조상에게 올리는 술이 잘못되면 불경이고 자식의 혼인에 내놓는 술이 맛이 덜하면 자식의 앞날이 어두울 거라했다. 술이 시어지면 집안에 근심이 생긴다고 여겨부인들은 속성주를 빚거나 몰래 좋은 술을 얻어왔다. 부인들은 집안 전통의 술맛과 향을 지키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술과 어울리는 음식도 발전해 집안만의 내림음식이 생겨났다.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경주 최부자댁의 ‘교동법주(중요무형문화재 86-3호)’가 대표적인 가양주다.
 
이 최부자 집안에서 태어난 최덕용 소장은 어려서부터 제사와 손님을 위한 술빚기와 상차림이 친숙했다. 손가락으로 맛보는 술이 달짝지근 맛있었다. 요리사가 되겠다고 했을 때 집안 어른들은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좋은 음식을 만들어 사람들을 대접하는 것이 가장 큰 봉사고 공덕”이라며 반대하지 않았다. 아들의 앞날을 걱정한 어머니는 반대했다. 당시 요리사에 대한 인식과 대우는 지금과는 달랐다.  

최 소장은 집안 도움 없이 아르바이트로 유학자금을 마련해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공부하고 유럽과중국에서 10년 넘게 요리사 경력을 쌓았다. 해외에 있는 동안 우리 발효음식의 우수함을 다시 발견하고 한국에 올 때마다 발효음식과 전통음식 권위자를 찾아 공부했다.  
 
귀국 후에는 한국발효식문화연구원과 한국전통주문화연구소를 설립해 가양주를 연구하고 일반인들에게 알리고 있다. 연구소 아카데미에는 발효음식마스터, 주향사(酎香師), 고문헌 연구 등의 여러교육과정이 있으며 80기가 넘는 교육생들을 배출했다.
 
최 소장은 전통음식에 대한 배움과 열정이 끊임없다. 지금도 서울로 가서 전통음식을 공부한다. 가양주를 연구하는 동안에는 남한산성 마을에서 집안대대로 누룩을 빚는 명인에게 7년 동안 배웠다.  
 
최 소장은 10년 전에 복정동으로 연구소를 옮겼다. 복이 많은 집안의 우물이라는 복우물의 유래 때문인지 술을 빚으면 잡내가 나지 않고 발효가 잘 된다고 한다.  
 
최 소장은 가양주를 제대로 조명해 널리 알리는 것이 자신의 소명이라고 한다. 연구소 근처에 양조장을 열어 사람들에게 가양주를 알리고 싶다며 “가양주에 관심을 갖고 그 가치를 함께 발전시켜 달라”고 했다.

취재 전우선 기자  foloj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