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책에 중독되다

분당중앙고 학부모 독서동아리 ‘중독’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9/04/23 [15:45] | 본문듣기
  • 남자음성 여자음성

▲ 분당중앙고 학부모 독서동아리 ‘중독’     © 비전성남
 
 
꽃잎 흩날리는 화요일 아침. 책 들고 학교에 모인 엄마들을 만났다. 그 주인공은 정자동에 위치한 분당중앙고 학부모 독서동아리 ‘중독’의 회원들. 2층 학부모실 문을 열자 열띤 토론이 한창이다.

테이블에 놓인 책표지에 익숙한 샤갈의 그림이 보인다. 유럽 문단의 매혹적인 작은 악마로 불리던 프랑수아즈 사강이 24살에 썼다는 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낭만적이고 섬세한 심리묘사로 유명한 스테디셀러다. 스무 명 남짓의 엄마들이 나누는 소설 이야기는 진지하고 다채롭다. 구경만 하는 데도 묘하게 몰입된다.

“동아리 이름이 독특하고 인상적”이라고 하자, ‘중독’이라는 이름은 ‘분당중앙고 학부모독서회’를 대표하는 두 글자 ‘중’과 ‘독’ 자를 따서 만들었고, ‘거듭읽어(重讀), 책이 없으면 견디지 못하는 상태(中毒)’라는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한다. 이런 센스 있는 이름을 지은 걸 보니 만만한 내공들은 아닐 성싶다.
 
‘중독’ 활동은 매달 2회씩 모여 책 한 권을 읽고 각자의 의견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독서후기를 기록한다. 진행된 책 목록에는 82년생 김지영, 랩걸 (Lab Girl), 기억전달자(The Giver), 코스모스, 안나 카레니나, 열한 계단, 다윈의 서재 등 종류도 광범위하다.   이 밖에 문화체험으로 <샤갈 러브 앤 라이프전>,<바람을 그리다 신윤복·정선>, <키스 해링전>에 다녀오고, 연말 학교에서 주최하는 동아리발표회에 학생들과 함께 참여해 책 소개, 캘리그래피, 책갈피 등 을 만들어 나누기도 했다.
 
동아리를 계속 하는 힘이 무엇인지 묻자 이지연 씨는 “독서모임은 답보적인 만남이 아니라 다양한 책 속에서 긍정적인 메시지를 도출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 항상 에너지가 넘칩니다. 책 편식을 피할 수 있고, 다른 이의 관점을 들으며 시야가 넓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감히 도전할 수 없던 책들을 숙제처럼 쥐어짜 읽어냈을 때 성취감도 강합니다”라고 답했다.  
 
독서동아리가 활성화되는 게 쉽지 않음에도 ‘중독’은 현재 4기 신입회원이 새로 들어왔으며, 1기부터 관계가 돈독해 같이 여행 다니는 사이일 정도로 친해졌다.

회장 김지미 씨에게 번영의 이유를 묻자 “상대방의 의견을 잘 들어 주는 게 비결이 아닐까 싶습니다. 간단해 보이지만, 쉽지 않습니다. ‘중독’은 학부모라는 공통점이 있어 학교소식, 학원, 진학, 사춘기 아이를 키우면서 발생할 수 있는 크고 작은 문제에 빠른 상담이 가능할 뿐 아니라 좋은 책을 아이들에게 추천해 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편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는 학교와 선배님들 덕이기도 합니다”라며 미소를 띠었다.

취재 양시원 기자   seew20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