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인 성남이는 매사에 자신이 없고, 울고 짜증내며, 수업에 잘 집중하지 못했다. 친구들과도 다툼이 잦았다. 어머니는 성남이가 혹시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가 아닐까 걱정했지만, 평가 결과집중력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성남이의 엄마는 어릴 때 기초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3세 때부터 영어를 가르치고, 철저히 계획을 짜서 선행학습을 시켰다. 지금도 매일 두 곳의 학원에 다니고, 별도로 피아노와 축구를 배우고 있었다. 평가 후 집단 놀이치료를 하게 된 성남이는 놀이속에서 지지를 받았고, 엄마도 공부에 대한 압박을 줄이고 가족이 함께 놀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다. 성남이는 점점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이게 됐으며, 집중력이 많이 좋아지고 성적도 많이 올랐다. 아이들에게 놀이는 필수이자 본능 겨울방학이 다가온다. 몇 년 전만 해도 방학은 소아정신과에 아이들이 많이 오는 시기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방학이 되면 아이들이 좀 줄어든다. 아이들은 학원 일정이 더 바빠지거나, 영어공부를 위해 해외에 가기 때문이다. 학기 중에 실컷 놀지 못하는 아이들은 방학 동안에도 놀 시간에 목말라한다. 물론, 대부분의 아이들은 방학 동안에 노는 시간을 많이 갖지만, 늘 부모님의 한숨이 따라온다. ‘방학 동안에 부족한 공부 보충하고 따라가야 하는데 놀기만 해서 어쩌나.’ 아이들에게 놀이는 선택이 아니고 필수다. 유아들은 엄마와 까꿍놀이, 간지럼태우기 놀이를 하면서 감정을 주고받는 법을 배우고, 천장에 매달린 모빌을 보면서 시각의 협응을 키운다. 조금 더 큰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면서 손의 작은 근육의 정교함을 키우며, 소꿉놀이와 병원놀이를 통해 또래들과 주고받기, 양보하기를 배운다. 이런 놀이들은 사회 안에서의 개인과 집단이 어떻게 조화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배우는 기초가 된다. 더 큰 아이들은 보드 게임, 스포츠와 같이 보다 복잡한 놀이를 통해 세상 안에서 사는 법을 좀 더 자세히 익힌다. 정서적 경험, 학습경험보다 발달에 더 중요 놀이는 본능이다. 아무도 아이들에게 어떻게 노는지 학습시키지 않지만 아이들은 노는 법을 터득한다. 전쟁통에서도 아이들은 여전히 논다. 놀이는 치유의 힘이 있다. 교통사고를 당한 아이들은 자동차가 부딪히는 장면을 자꾸 재연하지만, 몇 달을 지속한 뒤 아이들은 드디어 교통사고에서 받은 상처를 스스로 극복해 낸다. 성남이 어머니는 전략적이고 적극적이라는 면에서, 현 시대에 맞는 좋은 엄마의 덕목을 가졌다. 하지만 조금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것은, 놀이를 통한 정서적인 경험이 학습경험보다 건강한 발달에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행이 성남이는 정서적, 인지적으로 좋은 자원을 가지고 있었고, 아직 유연한 뇌를 가진 나이였으므로, 단지 놀이를 하고자 하는 본능적인 욕구를 약간 열어주는 것만으로도 다시 자신의 긍정적인 자아를 회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가 좀 더 크면, 회복에 좀 더 많은 노력과 자원이 필요하게 될 수도 있다. 겨울방학, 우리 아이들을 좀 놀게 해 주자.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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